지난해부터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 대상의 채 50%도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2004년생 여아 22만8000여명의 자궁경부암 1차 접종률을 집계한 결과, 전국 평균 접종률은 46.6%에 그쳤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자궁 입구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국내에서 매년 5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고 있고 한 해에 3600여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한다. 2015년 기준으로 9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병이지만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적기 1차 접종률 46%에 그쳐
연 900명 이상 사망…백신으로 예방 가능
1회 15만~18만원, 12세까지 무료 접종 지원
만 13세 지나면 개인비용으로 접종받아야
그런데도 접종률이 저조했던 원인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암 예방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지난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부작용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면서 보호자들이 접종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절반 이하의 성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전국 255개 보건소를 기준으로 지역별 접종률을 비교하면 격차가 확연했다. 가장 높은 곳은 전남 곡성군으로 86.3%를 기록했다. 전남 신안군(79.7%), 강원 양양군(79.2%)이 뒤를 이었다. 전국 ‘꼴찌’ 제주시 동부는 28.9%로 1위 곡성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곡성군의 접종률이 높은 비결은 보건ㆍ교육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접종 독려에 있었다. 곡성의료원과 곡성교육지원청은 접종 대상자 현황을 공유하고 학교에 명단을 통보했다. 각 학교는 가정통신문이나 전화를 통해 적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학부모에 안내했다. 학교 밖에서는 지역 언론사에 보도 협조를 요청하고 읍ㆍ면에 반상회보를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주민들에게 무료접종 사업을 알렸다.
질병관리본부 정기석 본부장은 “다른 지역도 곡성군처럼 보건ㆍ교육당국이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를 펼쳐 접종률을 70%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부작용 관련 루머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중증 이상반응 사례는 1건도 나오지 않았고, 접종부위 통증ㆍ어지럼증 같은 경미한 증상은 길어도 수일 내에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5월초 연휴 기간을 활용해 접종할 수 있도록 병원ㆍ보건소 진료일을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nip.cdc.go.kr)에 게시하고 대상자에게 문자로 안내할 예정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