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에 집중된 화살, 홍은 기피 1호

중앙일보

입력 2017.04.14 02:09

수정 2017.04.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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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는 공략하되, 홍준표는 피하라’.
 
13일 첫 대선후보 주도권 토론을 관통하는 전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서로 물고 물리며 공격을 했지만 결과적으론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주도권 토론 통해 본 후보들 전략
6분간 상대 지목해 개별 질문
문·안·유, 네 번씩 공격 받아
공격적인 홍엔 안철수만 말 걸어
문 vs 안, 홍 vs 유 서로 집중 공략

주도권 토론은 5명의 후보가 6분씩 주도권을 갖고 각자 3명 이상의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는 각각 네 번 지명돼 방어를 해야 했다. 심 후보는 두 번 방어를 했다. 반면 홍 후보는 딱 한 번 안철수 후보의 지명만 받았다.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공격적 토론을 하는 홍 후보를 다른 후보들이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안 후보도 홍 후보에게 말을 걸긴 했지만 “지지자의 대통령이냐, 국민의 대통령이냐” “국민을 반으로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발언을 많이 한다”는 두 개의 질문밖에 던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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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시간까지 고려하면 문·안 후보는 단연 주된 타깃이었다. 심 후보까지 유력 주자인 문·안 후보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죄를 받으면 사면을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수 있냐”고 묻자 문 후보가 잠시 망설이다 “이 부회장도 마찬가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인데, 특정인에 대해 사면을 안 하겠다는 건 부자연스러운 정치”라고 답변한 일도 있다.
 
유 후보도 지명이 많이 되긴 했지만 문·안 후보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공방 시간이 짧았다. 반면 문·안 후보는 상대방에게 긴 시간 동안 질문 세례를 받았다.


토론의 ‘주적(主敵) 관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문재인 대 안철수’ ‘홍준표 대 유승민’의 대결구도가 선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문·안 후보는 서로 공격을 집중했다.
 
문 후보는 정책검증 토론에서 안 후보를 상대로 호남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를 거론했다.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5·18 민주화 운동과 6·15 남북공동선언 부분을 당 강령에서 삭제하자고 주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안 후보는 즉각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았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적폐세력’ 발언을 집중 부각시켰다. 안 후보는 “(문 후보는) 저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보수 적통(嫡統)’ 논쟁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대결도 치열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걸 거론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우파 경제정책을 취하다가 강남좌파로 돌아서면서 정책적 배신을 했고, 탄핵 때 인간적 배신을 했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치적 배신을 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홍 후보가 ‘살인마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안 한다’고 말한 걸 보고 진짜 놀랐다”며 “‘모래시계 검사’라고 말하는 분이 저를 진짜 배신자로 생각하는 건지, 헌법재판소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고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와 대결하는 가운데서도 문·안 후보에게도 골고루 화력을 배분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