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프’가 수렁에서 되살린 노래

중앙일보

입력 2017.04.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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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스틸[사진=소니 픽쳐스 릴리징 인터내셔널]

▶ 영화 '라이프' 속 이 노래: Spirit in the Sky ? Norman Greenbaum



외계 생명체와 인류의 사투를 그린 영화 '라이프'(5일 개봉,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는 음악의 사용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 영화의 무대는 저 멀리 지구 밖을 떠도는 우주정거장인데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 외부와 차단된 우주선의 공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종일관 적막한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라이프'에서 유일하게 노래가 흐르는 건 영화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충격적 결말이 공개된 직후 엔드크래딧이 올라갈 때, 익숙한 올드팝이 터져 나옵니다. 바로 노먼 그린바움의 ‘스피릿 인 더 스카이(Spirit in the Sky)’입니다. 영화 예고편(기사 하단 참고)에도 삽입됐었죠.
  
‘스피릿 인 더 스카이’는 미국 출신의 사이키델릭 록뮤지션 노먼 그린바움이 1969년 발표한 곡입니다.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잔뜩 건 듯한 걸걸한 기타 사운드가 상당히 인상적이죠. 우리에게도 퍽 낯설지 않은데,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미국 빌보드차트 3위, 영국 싱글차트 1위)를 누렸고, 엘튼 존을 비롯해 많은 뮤지션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86년 영국의 글램록 밴드 ‘닥터 앤 더 메딕스’가 리메이크한 곡과 2003년 (‘Anyone of Us’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팝스타 가레스 게이츠가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둘다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었죠.
 
애석하게도 노먼 그린바움은 하나의 히트곡만 남기고 사라진, 대표적인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그래도 ‘스피릿 인 더 스카이’만큼은 시대를 뛰어 넘어 줄기차게 플레이되고 있으니, 그리 불행한 일도 아니죠.  

[백기자의 결정적 OST] ② ‘라이프’ 그리고 '스피릿 인 더 스카이'

이곡은 영화 사운드트랙으로도 종종 실렸는데, 최근작 가운데는 마블 스튜디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도 있습니다. 영화 본편에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만, 예고편에 삽입되며 당당히 영화 OST 앨범 '어썸믹스 볼륨 1‘에도 실렸습니다. 바로 이 예고편이었죠(35초에 흐릅니다).
 

“When I die and they lay me to rest / Gonna go to the place that's the best / When I lay me down to die / Goin' up to the spirit in the sky”

 
‘스피릿 인 더 스카이’는 죽음과 구원에 관한 노래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 곡의 메시지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릴 듯합니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