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 전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LG 트윈스 팬들. [뉴시스]
만났다 하면 접전을 벌이는 양팀은 응원 대결도 치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 사흘 동안 개막 3연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의 열기는 예년처럼 뜨겁지 않았다. 특히 넥센 응원단과 관중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넥센 구단 측이 응원가 27곡 중 26곡을 바꾼 탓에 팬들이 새 응원가를 따라 부르지 못한 것이다.
편곡·가사 마음대로 바꾸지 마라
원작자 ‘저작인격권’ 문제 제기
구단·원작자 협상해야 사용 가능
일부 원작자 거액 요구 난항 예상
넥센, 26개 응원가 새로 만들어
지난해까지 각 구단은 팀당 연 3000만원 정도의 저작권료를 한국야구위원회(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를 통해 지불했다. 이 때문에 응원가 사용·편곡에는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난해 한 원작자가 야구단에 저작인격권이 침해됐다고 항의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고, 이를 계기로 야구단 마케팅 담당자들이 저작인격권에 대한 개념을 인식했다. 저작인격권과 관련해 KBOP는 각 구단과 원작자가 직접 협상하도록 뒤로 물러났다.
넥센 구단은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팀 응원가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멜로드라마’를 쓰지 않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고경희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저작인격권 문제가 불거진 지 4개월도 되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해 응원가 원작자들을 모두 찾아갈 수 없어 응원가를 새로 만들었다”며 “많은 팬이 ‘우리도 쓰던 응원가를 쓰자’고 말하지만 법적으로 해결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선수 응원가 대부분을 클래식 곡으로 대체했다. 원작자 사후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되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클래식은 저작인격권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
한국에서는 저작인격권이 엄격하게 적용된 전례가 없다. 응원가를 만들고 부르는 게 상업적 목적이 있는지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프로야구에는 연 800만 관중이 몰린다. 각 팀이 30곡씩 총 300곡에 달하는 노래가 7개월 동안 전국에서 울려 퍼지는 만큼 시장성은 상당히 크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달 중 저작권협회 관계자를 만나 응원가 사용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벌써부터 몇몇 원작자는 구단에 큰돈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이 협상에 실패하면 팬들이 사랑하는 응원가를 야구장에서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다.
김식·박소영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