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영장 발부 사유나 기각 사유에 대해 담당 판사는 간단하게 이유를 밝힌다.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본다. 또 사안이 얼마나 중대한지도 하나의 기준이 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기각 사유는 조 판사가 상당히 고심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작성한 것 같다”며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등 본격적인 재판 과정에서 다툴만한 내용까지 세심하게 파고 들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부터 영장전담 사건을 맡은 조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네 차례 기업 총수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롯데그룹 비리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신동빈 회장에 대해 “범죄 혐의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은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내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존 리 전 옥시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모두 평이하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일반적 설명보다는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