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오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조사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김 전 실장은 검찰·법무부 간부 시절 “법을 지켜라. 자유 없는 질서는 있어도 질서 없는 자유는 없다”는 말을 자주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법질서를 어긴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1992년 ‘초원복국집’ 사건 때다. 14대 대선을 앞두고 부산 지역 기관장들과 모여 “우리가 남이가.… 지역감정을 조장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게 녹음돼 공개됐다. 그는 대통령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등록한 선거운동원이 아닌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대통령선거법 규정(36조 1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 신청을 내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공소가 취소됐다.
블랙리스트 개입 직권남용 혐의
조윤선도 같은 혐의로 조사받아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승승장구했다. 64년 검사가 된 그는 74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최연소 대공수사국장 자리에 올랐다. 88년 검찰총장, 91년 법무부 장관이 됐고 현 정권에서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법질서’를 앞세웠지만 오히려 법을 유린한 피의자가 됐다. 김 전 실장과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개입한 혐의로 조윤선(51) 문체부 장관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글=문병주·송승환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