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재판 첫날 40분, 헌법재판관들 “신속” 5차례 언급

중앙일보

입력 2016.12.23 02:10

수정 2016.12.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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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첫 준비기일 공개심리가 22일 이진성·이정미·강일원 재판관(재판관석 왼쪽부터)의 심리로 열렸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22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 재판은 40분간 진행됐다. 한 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심리를 맡은 3명의 헌법재판관은 ‘신속’이란 단어를 5차례 언급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은 혼란스러운 정국을 매듭짓고 싶어 하는 국민의 열망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그런 의지를 담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70여 석의 방청석은 취재진과 시민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박영수(64) 특별검사팀 수사관 2명도 심리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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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석에는 이진성(60) 재판관, 이정미(54·재판장), 강일원(57) 재판관이 나란히 앉았다. 3명의 재판관 앞 양쪽에 탄핵 심판의 ‘검사’ 역할을 맡은 탄핵 소추위원인 권성동(56) 법제사법위원장과 변호인단 등 10명과 이중환(57)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 7명이 자리를 잡았다.

심판 시작 전 권 의원은 대통령 측 대리인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고생한다”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양측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 재판부는 탄핵 심판의 1회 변론준비기일이 시작됨을 알리며 양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신속 심리 의지 다시 강조한 헌재
9개 탄핵 사유 → 5개 유형으로 압축
“국정공백 우려 직권으로 증거 조사”
검찰 향해선 “수사기록 보내달라”
대통령 측 답변서 모호성 지적도

“신속하고 집중적인 변론기일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이정미 재판관)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자세가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이진성 재판관)
헌재는 탄핵 사유를 쟁점별로 정리했다. 강 재판관은 “재판부가 임의로 논의를 한 사안을 제안 드린다. (박 대통령의) 위반 사항 9개 사례를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5개 유형별로 정리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탄핵 심판의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모든 쟁점을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법리 검토 끝에 비슷한 성격의 쟁점을 한데 묶어 ‘중대한 위반’을 효율적으로 가려내겠다는 선택을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유형별 정리를 했다.


탄핵안 발의 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세월호 7시간’도 5개 유형 중 하나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에게 “당시 행적을 밝히라”고 요청하는 강수를 두며 대통령 측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모호하다는 취지의 지적도 했다. “최순실씨의 범죄 행위가 입증돼도 공모가 증명되지 않으면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부분은 가정적 주장 아니냐”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과 관련해선 최씨로부터 도움 받은 연설·홍보 분야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 도움받았다는 부분은 시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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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증거조사가 탄핵 심판 장기화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사전에 차단했다. 강 재판관은 “(장기 심리 시) 국정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에 (헌재가) 직권으로 증거조사도 하고 있고 또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임을 알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모든 쟁점별로 청구인 측의 증거에 반대하며 ‘시간 끌기’를 하는 것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소추위원 측이 증거로 제출한 검찰 공소장, 언론 보도 등 49건에 대해 대통령 측의 동의를 얻어 이날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가 “헌재가 검찰·법원에 수사기록을 요청한 것은 위법하다”며 제기한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에도 수사기록 제출을 촉구했다.

글=윤호진·서준석 기자 yoognoo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