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들어와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후 “검사 44명 등 총 185명 규모의 특수본을 구성해 412명을 조사했다” “150개소를 압수수색하고 73명의 계좌를 추적했다” 등 수사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이어진 여러 질문에 대해서도 친절히 답해 줬다. 하지만 그는 유독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된 부분에는 말을 아꼈다.
우병우
- 최순실씨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장모인 김장자씨와 골프 회동을 했다는데 확인해 봤습니까(※11월 28일 최씨 측근 차은택(47·구속)씨의 변호인이 “우 전 수석 장모와 최씨가 함께 골프를 쳤다”고 주장했다).
- “그런 것들은 특별검사에게 인계를 했으니까요….”
- 우 전 수석을 소환한 적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 우 전 수석 집과 관련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는데 왜 조사를 안 했습니까.
- “특검에 넘겼습니다.”
시간을 한 달 전쯤으로 돌려 보자. 지난달 7일 김수남 검찰총장은 우 전 수석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그의 직무유기 의혹도 규명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수사본부에 전달했고 수사본부는 곧바로 우 전 수석을 출국금지시켰다. 이어 그의 집(11월 10일)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사무실(11월 23일)도 압수수색했다.
“왜 우병우 조사 안 했나” 질문에
“특검에 넘겼습니다” 답변
스스로 미완의 수사 인정한 셈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우 전 수석을 불러 보지도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하도 강도 높게 수사해 야당으로부터 ‘다리가 부러져 거동할 수 없게 된 사자에게 떼로 달려드는 하이에나’(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말까지 들은 검찰이 이상하리만치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을 수사했던 ‘윤갑근 특별수사팀’은 소환조사 때 검사가 서서 두 손을 모으고 있고 우 전 수석은 팔짱 낀 채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겁찰(겁먹은 검찰)’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검찰은 국정 농단 의혹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지목돼 온 그를 결국 특검으로 넘겼다. 그와 최씨의 관계는 여전히 베일 속에 있다. 검찰총장의 지시도 소용없었던 미완의 수사임을 자인한 셈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