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바꾸는 데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이유는 범죄를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경우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법원의 심사 기준은 꽤 까다로운 편이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개명을 허가했다.
그러나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명을 개인의 자기결정권 영역으로 인정해 판례를 바꾸면서 개명을 인정해 주는 사유가 대폭 확대됐다. 당시 대법원은 구모(35)씨가 낸 개명 신청 재항고사건에서 구씨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성명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내용을 이루고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본인의 주관적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며 “개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는 개명 신청인 본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등 개인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