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1달 걸리던 인증 3개월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인증 신청해 아직까지 못 받기도”
A씨는 “서류는 내도 내도 또 내라고 하고, 호출도 잦다. 하지만 환경부가 인증 권한을 쥔 ‘갑’이라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 불거진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로 디젤차 인증이 빡빡해졌다.
“제출 서류 많게는 1000장 넘어간다. ‘자료 미비’ 이유로 서류 보완 요구받는 경우 많아”
연비·배출가스 실제 테스트 후 OK
짧게는 1주 걸리던 기간 석달 넘어
“출시 지연 소비자에 불편 줄 수도”
신차 인증은 환경부 산하 인증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맡고 있다. 유독 신차 인증이 깐깐해진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일단 제출해야 할 서류 양이 늘었다.
한 수입차 인증 담당자는 “제출해야 할 서류가 적게는 수백 장, 많게는 1000장이 넘어간다”며 “‘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연구소에서 서류 보완을 요구할 때가 많다. 체감적으로 (디젤 게이트 이전보다) 서류 준비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테스트 강도도 세졌다. 과거엔 서류만 확인하고 ‘OK’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었다. 수치가 조금만 틀려도 인증 담당자에게 확인 전화가 걸려온다.
“올 2분기 인증받은 수입 디젤차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 6월엔 한 대도 인증 못 받아”
빡빡해진 신차 인증을 통과하고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E220D’(사진 왼쪽)와 르노삼성차 ‘SM6 디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G80 디젤 모델을 내년 초 출시하기로 했는데 환경부 인증이 강화돼 원래 일정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엔 81개 수입 디젤차가 인증을 통과했다. 하지만 올 2분기엔 25개만 인증을 받았다. 6월엔 1개도 인증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난 18일 과거 인증을 받은 수입 디젤차에 대해서도 재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가 과거 제출한 서류와 본사에 같은 차량의 서류를 요청해 비교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증을 원칙대로 꼼꼼하게 하는 건 좋지만 공무원들이 책임을 안 지기 위한 ‘보신주의’로 흘러선 안 된다”며 “신차 출시가 가로막혀 소비자 선택에 불편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