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엔 친박계가 공천 개입을 위해 사정기관을 동원했다는 녹취록 내용을 TV조선이 보도했다. 현 전 수석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경기도 화성갑 출마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국무총리실이고 공직기강(실)이고 난리 치는 걸 이렇게 조정해 줘 가지고…”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김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시절인 지난해 10월 지인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국무조정실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새누리 ‘김성회 녹취록’에 연일 휘청
당내 “친박·비박 당권 다툼 결과”
친박의 사정기관 동원 의혹도 나와
친박계 일각에선 이른바 ‘비박계 기획설’을 주장하고 있다. 서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이런 공작 냄새가 풍기는 일들이 있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서 의원은 김 전 의원이 화성갑 출마 대신 화성병 출마를 먼저 약속했으나 돌연 화성갑에 출마하면서 자신에 대한 음해를 퍼뜨렸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답변을 유도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자꾸만 (김 전 의원이) 되물었다. 유도하기 위해 되묻고 되묻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윤 의원의 통화 내용에 대해선 “공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계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용태 의원은 “당이 이 문제로 거의 엉망이 됐다. 더 이상 우리가 덮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빨리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법률 검토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비박계 음모론’이란 친박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스스로 진상을 실토하고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되겠느냐”며 “백배사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주호영 의원도 “당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 과정에서 이런 불법 행위에 가까운 일이 있었다면 꼭 짚어야 한다”며 “무슨 음모를 갖고 공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당 지도부는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떠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총선 참패 책임에 당시 당 지도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더 이상 이전투구는 안 된다. 모두 자제하고 자숙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자”고 했다.
당 내외에선 임기말이면 으레 나타나는 제보와 폭로현상이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레임덕 정국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과거 정권을 보면 임기말 각종 폭로가 터져 나오며 레임덕 시작을 알렸다”며 “박근혜 정부엔 지금 상황이 딱 그 시작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왼쪽)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나경원 의원. 나 의원도 이날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사진 강정현 기자]
글=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