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이 와중에 신동빈 해임안 제출…이달 주총서 반격 노려

중앙일보

입력 2016.06.13 01:55

수정 2016.06.1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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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배임·횡령 등)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다는 것을 접했습니다. 이는 저를 배제하고 신동빈씨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새롭게 표면화된 것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5시쯤 신동주(62·SDJ코퍼레이션 회장·사진)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운영하는 일본어 사이트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www.l-seijouka.com)’에 이런 내용의 ‘긴급 성명서’가 게재됐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일본 이름(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을 사용해 광윤사(光潤社) 대표이사 사장 자격으로 올린 글이었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28.1%)로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과반(50%+1주) 주주다.

“날 배제한 경영 문제점 드러나”
압수수색 진행 중에 성명서 내

성명서에서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압수수색을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로 규정했다. 신 전 부회장은 “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 가치가 훼손됐다”며 “(6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 경영 쇄신을 실현할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다분히 ‘종업원지주회’(한국의 우리사주조합 개념)를 겨냥한 것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롯데 관계사 20.1% ▶기타 24%를 가지고 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은 1.6%, 신동빈 회장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크게 보면 광윤사, 종업원지주회, 나머지 지분이 3분의 1씩이라 두 형제 중 종업원지주회를 잡는 사람이 경영권을 차지하는 구조다.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 이후 두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완승한 것도 바로 종업원지주회의 확고한 지지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올해 2월 종업원지주회에 ‘1인당 25억원씩 배분하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주총에서 패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날 밝힌 ‘경영 쇄신을 실현할 주주 제안’은 다름 아닌 자신의 복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 ,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주총 의제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이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지난해 12월 신동빈 회장 고소 당시) 제출한 자료를 활용했다고 하지 않느냐”며 “SDJ 측이 그동안의 자료를 분석해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뒤집을 결정타를 준비할 것”이라고 봤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공식적인 언론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