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하귀 백이 이대로 완벽하게 잡힌 것은 아니다. 언제든 ‘참고도’ 백1 이하로 움직이면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중요한 건 언제 사느냐 하는 타이밍, 백의 삶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다. 살기만 하고 주변을 모두 흑의 영역으로 굳혀준다면 생불여사(生不如死),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은 삶으로 전락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좌하귀 쪽 14의 굳힘은 침착한 정수. 굳힘을 통해 우하 일대 흑 세력의 준동을 지켜본다.
길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어깨를 짚어온 15에 프로들의 감탄이 쏟아진다. 호방하고 멋진 감각이지만 자칫하면 실속없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17부터 21까지, 젊은 패자의 기세가 충만한 진행이다. 22는 급소. 실리로도 작지 않지만 우하 일대 흑 세력의 확장을 견제하는 의미도 담고 있는데 다음 흑의 한 수는 어디일까?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