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일에 다녀온 한 대학 교수를 만났다. 그는 독일어가 유창했고, 독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나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는데, 그 교수는 대뜸 이렇게 권했다. “독일이면 무조건 클래식 음악이죠. 클래식 음악을 공부해서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때요?” 고마운 조언이었다. 하지만 “독일이면 무조건 클래식 음악”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루트비히 판 베토벤·요하네스 브람스 등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를 많이 배출한 나라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 하면 떠오르는 국가로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독일이 빠지지 않는다. 독일로 유학 간다고 하면 흔히 음대 진학을 떠올린다. 실제로 쾰른·베를린 등의 도시에서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고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 음악가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클래식이 독일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가수와 밴드도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의 밴드 모던 토킹(Modern Talking)[중앙포토]
독일의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온스[중앙포토]
한국 노래방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독일 가수는 바로 자비에 나이두다. 1998년 ‘이 세상 사랑이 아니다(Nicht von dieser Welt)’로 스타덤에 올라 현재까지 독일 제일의 R&B·소울 가수로 사랑받고 있다. 한국 가수와 굳이 비교하자면, 독일의 임재범이랄까.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영화 ‘아스테릭스’(1999, 클로드 지디 감독)가 독일에서 개봉했을 때, 독일판 OST 삽입곡 ‘그녀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네(Sie sieht mich nicht)’를 부르기도 했다. 나이두는 자신이 신의 전령사라 주장하며 종교적인 내용의 가사를 많이 쓰는데, 이 때문에 독일에서 종종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오직 독일어 노래만 고집하기 때문에 유럽 밖에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다. 하지만 가사와 무관하게 그의 독특한 음색과 부드러운 선율은 언제 들어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글=다니엘 린데만. 독일 사람? 한국 사람? 베를린보다 서울의 통인시장에 더 많이 가 본, 이제는 한국의 다니엘! 1985년생 소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