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복이었을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6일 7차 노동당대회에 인민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개 석상에서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해왔던 김 위원장이다. 여름철 현지지도에서도 밀짚모자에 흰색 반팔 셔츠 차림으로 종종 등장해왔지만 넥타이를 매고 행사에 등장한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의 시대를 선포하겠다는 목적으로 연 당대회의 막을 올리면서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남색 양복엔 세로 스트라이프(줄무늬)가 있었고 왼쪽 가슴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와이셔츠는 흰 색, 넥타이는 은빛이 감도는 회색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자신의 '롤모델'로 삼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따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일성은 생전 북한에서 '로마양복'이라고 부른다는 정장 차림으로 자주 등장했다. 김정은이 6일 뿔테 안경을 쓰고 개회사를 읽은 것도 '할아버지 코스프레'로 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도 자신의 마지막 당대회였던 1980년 10월10일 6차 당대회에서 뿔테 안경을 쓰고 개회사를 읽었으며, 이 장면은 다음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렸다. 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큼지막한 사진 배치였다.
가슴께까지만 공개된 '증명사진' 느낌의 이 사진에서 김정은은 상대방을 똑바로 쏘아보고 있다. 이 사진은 김 위원장이 양복 앞섶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주민들에겐 착용이 필수 의무인 배지를 달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일반 주민과 차별화하면서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수위의 권력자라고 암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도로 읽혔다.
이때는 짙은 남색 양복에 흰 색 와이셔츠에 보랏빛이 감도는 넥타이를 매치했다.
2012년과 2014년의 사례로 볼 때, 김 위원장이 모종의 직함을 새로 받거나 재추대될 때마다 양복 차림으로 나온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번 당대회에서 그가 어떤 직함을 받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관영 조선중앙TV는 6일, 개회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당대회의 다섯 가지 주요 일정 중 하나로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을 우리 당의 최고수위에 높이 모실데 대하여"를 선정했다. 9일쯤까지 진행될 앞으로의 당대회 일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