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훙 중국대사 "사드 배치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 순식간에 파괴"

중앙일보

입력 2016.02.23 17:27

수정 2016.02.2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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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3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해 “한ㆍ중 관계 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 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했던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추 대사는 이날 김 대표와 45분 간 비공개로 면담을 했다. 명분은 신임 야당 대표와의 인사다. 하지만 예방 요청 시기가 묘했다. 더민주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연설 후 예방을 신청했다고 한다. 당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만나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니 잘 참작해서 대중 외교를 강화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날 추 대사는 김 대표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쏟아냈다. 추 대사는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은 좋은 친구로서 한국의 약속을 믿을 수 있지만 미국을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고 했다. 이어 “사드 배치는 지역의 전략균형을 깨뜨리고 냉전적 대결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 ”이라며 “이런 국면이 닥치더라도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에 대해서는 강경 입장을 쏟아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는 “이번 주 안에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큰 데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새롭고 강력한 결의안 채택을 지지해왔다”면서도 “제재는 목적이 돼선 안 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추 대사는 또 “사드 배치 협상은 안보리 협상 과정에도 장애가 되며, 사드가 없었으면 벌써 유엔 결의안이 채택됐을 것이다”고 했다.

김 대표는 추 대사의 발언에 대해 “더민주는 사드배치로 인한 실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중국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 대사는 2014년 11월 26일에도 국회를 찾아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란 인상을 갖고 있다”며 “사드 배치는 중국 안전에 해롭고 북한을 자극할 뿐 아니라 한ㆍ중 관계에도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