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부처(외교·국방·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관련 당사국이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6자회담 무용론…대화서 제재로 선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5자회담 언급은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대화와 압박이란 정부의 투 트랙 기조도 당분간 압박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원칙 있게 접근하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빠른 길”이라고 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에게 “제재다운 제재, 실효성 있는 제재를 도출해야 한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재를 강하게 하는 것이 북한을 도와주는 길이고, 북한의 붕괴를 막는 길”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작동될 수 있느냐다. 중국은 6자회담 틀을 5자회담 틀로 바꾸는 데 대해 부정적이다. 과거에도 5자회담은 정부 간 채널에서 종종 논의가 됐다. 그때마다 중국은 “북한을 자극할 뿐”이란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해 5월 28일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함께 베이징(北京)에 갔을 때 한·중 협의와 미·중 협의가 따로 열린 일도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실험 성공을 주장한 직후라 한국 측은 한·미·중 3자협의를 원했지만 중국이 거절했다. 식사도 따로 했고, 세 사람이 함께 사진 찍는 것도 꺼렸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6자회담만이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임을 명확히 했다.
동덕여대 이동률(중국학과) 교수는 “한·미·일 구도에 중·러가 들어오란 것인데 한·미·일이 조율한 결과를 놓고 대화하는 건 싫다는 중국이 5자회담을 받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박 대통령은 이날도 중국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의 협조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했다.
또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는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이란처럼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 주길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언급에 대해 “9·19 공동성명을 잘 지키고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6자회담 무용론과 관련해 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과 5자회담을 시도해 북한을 제외한 5자 간 비핵화 공조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가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6자회담 틀 내에서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6자회담을 무조건 폐기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용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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