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원작은 1950년부터 무려 50년간 신문에 연재된 찰스 슐츠(1922~2000)의 네 컷 만화 ‘피너츠(Peanuts)’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피너츠 완전판』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저자는 “누군가 10대 딸이 내 만화를 좋아한다고 할 때 가장 짜증이 난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른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다시 보니 꽤 시니컬하다. 짝사랑에 빠진 찰리 브라운은 “저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대출은? 모기지는 어떡하지?” 고민한다. 아이들은 조용하고 부모들만 웃는다. 원작 만화에는 “사람은 외출하고, 강아지는 집 지키고, 사는 게 그런 것” “인생이라는 책에는 뒷면에 정답이 없어” 등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문장이 가득하다. 걱정과 조바심이 많았다는 저자는 귀여운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실패와 늘 마주해야 하는 어른들에게 쓸쓸함 섞인 위로를 건넨다.
정작 자신은 더없이 성실해 1만7897편의 만화를 어시스턴트 없이 매일 홀로 그렸다고 한다. 때론 만화가 뭐 이리 어렵냐 비난도 받았지만 찰리 브라운의 아버지답게 좌절하지 않았다. “행복한 상태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 유머는 슬픔으로부터 나온다.”
이영희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