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베이징에서 열린 각국 대사들 초청 리셉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왕이 부장이 인사말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왕 부장은 "중국은 국제 핵 비확산체제의 유지를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다. 오늘 조선(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데 대해, 중국정부는 이미 외교부 성명을 통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라고 밝혔다. 통상 덕담으로 가득 채워지기 마련인 리셉션 인사말에 특정 국가를, 그것도 당사자인 북한 대사가 참석한 면전에서 비판 발언을 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막판에 연설 원고에 북한 핵 실험 관련 부분을 추가해 넣은 것"이라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지난달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한 현송월과 함께 한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
지재룡 대사는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지 대사는 베이징 주재 기간이 길어 외교단 가운데서도 지인이 많은 편에 속한다. 한 소식통은 "지 대사가 자연스레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지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장수 주중 대사도 이 자리에 참석했으나 지 대사와의 대화는 없었다.
리셉션이 끝난 뒤 지 대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였다. 밤 10시가 넘은 심야였다. 북한 정부에 대한 공식 항의를 전달하기 위해 외교부가 지 대사를 초치한 것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인 7일 오후 내외신 브리핑에서 "중국은 6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했고 더 나아가 외교부 고위층이 주중 북한 대사관의 책임자에게 (항의한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본지 기자에게 "전날 밤 지 대사를 초치한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