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사람들은 “최근에 ‘아프리카’에 다녀왔다”거나 “언젠가 ‘아프리카’에서 사파리 여행을 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라고 말할까? 왜 이 거대하고 다채로운 대륙을 하나의 국가처럼 말할까?
다양한 언어·문화·역사적 배경을 지닌 국가들을 그냥 ‘아프리카’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인종차별보다 더 심각할 수 있어
남아공 출신인 우리 가족과 친구들은 등교할 때 코끼리를 타고 간 적이 있는지, 집 뒷마당에서 사자를 본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을 때면 소리 내 웃곤 한다. ‘데일리 쇼’(코미디 센트럴의 시사풍자 프로그램)의 호스트인 남아공 출신의 트레버 노아는 아프리카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를 꼬집는 신랄한 코미디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첫 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많은 미국인에게 아프리카는 에이즈와 오두막집, 굶주린 아이들이 득실대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일 뿐이다.”
나이지리아를 가도 ‘아프리카’ 간다고 말해
나이지리아 남서부 출신인 토인 팔롤라 텍사스대학(오스틴) 역사학 교수는 “아프리카를 혼란스럽고 에로틱하며 이국적인 것의 온상으로 묘사하는 경향은 ‘블랙 아프리카’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들이 전통적으로 북아프리카나 중동과 구분해서 생각하는 사하라 사막 남쪽의 국가들을 말한다. 이집트와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행하는 나라의 이름을 정확히 짚어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지리아나 탄자니아로 가는 사람들은 그냥 ‘아프리카’로 간다고 말할 확률이 높다.
남아공의 정책 연구원인 레보강 모크웨나는 이런 미묘한 문제가 노골적인 인종차별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아프리카’라는 이름을 그저 편리한 약칭으로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 대륙을 제대로 알지 못해 그렇게 부른다면 문제다. 언어와 종족, 문화,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아프리카 각국의 다양성과 차이를 몰라서 그런 거라면 말이다.”
이것은 결국 언어의 힘과 관련된 문제다. 인종적 고정관념으로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문화와 전통이 희생된 남아공은 여전히 물리적·언어적 상처로 고통 받는다. 언어 사용의 미묘한 차이가 그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한 일반화가 존속하는 한 또 다른 일반화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재키 비숍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