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S라인’ 코카콜라

중앙일보

입력 2015.11.17 00:10

수정 2015.11.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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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899년 코카콜라, 1906년, 1915년, 1950년, 1957년, 2008년.

 

다양 한 용량의 제품 을 선보인 1955년 코카콜라의 광고 포스터.

1915년 11월16일 미국 인디애나주 공업도시 테러호트의 루트 유리공장. 이곳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유리병이 태어났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0년 만에 3000억 개 넘게 팔리며 ‘20세기 최고의 상품 패키지’로 평가받은 ‘코카-콜라 컨투어병’이다. 이 코카콜라 병이 16일(현지시간)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코카 잎과 콜라 나무 열매 등에서 추출한 시럽을 이용해 만든 탄산음료인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한 약국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코카콜라는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나온 유사품이었다. ‘코카-놀라’와 ‘토카-콜라’ 등 각종 ‘미 투(Me Too)’ 제품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던 코카콜라는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한다. 1906년 다이아몬드 모양의 라벨이 첫 시도였다. 소비자의 눈에는 띄었지만 냉장 보관 등으로 물기가 생긴 유리병에 붙여 놓은 라벨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유사품에 골머리 앓던 회사
차별화 위해 1915년 디자인 공모
카카오 세로선 본 딴 작품 선택
3000억 개 팔며 미국의 상징 돼

 고심하던 코카콜라사는 새로운 포장 전략 세우고 1915년 ‘병 디자인 공모전’을 연다. ‘어디서나 코카콜라의 맛은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병 디자인을 단일화하기로 한 것이다. 응모작은 ‘유사 제품과 확실하게 구분되면서, 어두운 곳에서도 모양을 알 수 있고 깨지더라도 원형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디자인’이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우승은 루트 유리공장의 디자이너 알렉산더 새뮤얼슨과 얼 아르 딘의 작품이 차지했다. 당시의 밋밋한 직선의 음료 병과 달리 유려한 곡선이 살아 있는 유리병이었다. 여성의 몸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이 있지만 코카 열매와 생김새가 비슷한 카카오 열매의 세로 선을 본 땄다는 것이 코카콜라 측의 설명이다. 이들이 디자인한 병은 1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눈에 띄는 외관 덕분에 코카콜라 병에는 여러 별칭이 붙었다. 2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호블 스커트(밑통이 매우 좁고 긴 스커트)와 모양이 비슷해 ‘호블 스커트병’으로 불렸다. 미국 영화배우 메이 웨스트의 몸매를 닮았다고 ‘메이 웨스트 병’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49년 당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중 코카콜라병을 모르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도 안될 정도였다. 그 결과 50년 코카콜라 병은 사람이 아닌 소비재 중 처음으로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세계적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량 소비되는 상품이었음에도 코카콜라 병의 독창적 디자인은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앤디 워홀은 코카콜라 병을 자신의 작품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술가다. 62년 ‘더 그로서리 스토어(The Grocery Store)’가 대표적이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를 비롯, 장 폴 고티에, 겐조 다카다, 로베트토 카발리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코카콜라가 새로운 예술품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