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3일 동안 실시된 중국의 대입 학력고사 가오카오(高考)의 전국 공통 작문 문제다. 법치와 윤리 사이에서 수험생들의 사고를 묻고 있다.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해 10월 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강조한 법치가 있다.
국가의 정책을 대입 시험 문제에 반영해 학생들의 동참과 이해를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가오카오 통치술이다. 왕쉬밍(王旭明) 전 교육부 대변인은 “부모가 법을 위반했을 경우 (법과 윤리 사이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지 묻는 문제로 청소년들이 고민해볼 만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제출한 공통 작문 시험은 “우리가 왜 책을 읽느냐”에 대한 논술을 요구했다. 시 주석은 평소 “독서가 리더십 수준을 결정한다. 독서는 (리더의) 책임이다”라며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공산당은 매년 두 차례 당 간부들의 필독서를 발표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은 푸젠(福建)성 작문 문제로 출제됐다. “원래 길이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길이 생긴다. 세상에 갈 수 없는 길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 할 뿐이다”라는 지문이다. 창조적 사유를 통해 창업과 혁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베이징에서는 남송(南宋)의 충신 악비(岳飛) 등 중국의 영웅들을 나열하고 “이들과 하루를 같이 지낸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청소년들의 호연지기(浩然之氣)와 국가관 함양을 위한 문제다.
베이징에서는 “주위에서 ‘영혼에 각인된 사랑’의 대상을 제시하고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도 출제됐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조급한 결혼관을 경계하는 문제이다.
산둥(山東)성에서는 “수세미와 콩 넝쿨이 서로 얽혔는데 아이는 이를 잡아떼려 하고 아버지는 무엇이든 무리를 하면 안 된다며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라”는 문제를 냈다. 톈진(天津)에서는 ‘스타일’, 장쑤(江蘇)성에서는 ‘지혜’, 저장(浙江)성에서는 ‘문장과 인품’, 쓰촨(四川)성에서는 ‘성실과 총명’에 대해 각각 수험생들의 생각을 물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