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고마워. 너희도 얼굴이 좋네.”
[나는 시민이다] 이주여성 뒷바라지 신희숙씨
이날 초청을 받은 신희숙 단장은 20대였던 1988년 지인들과 봉사단을 만들어 무료급식 등을 하다가 2005년 봉사단 안에 다문화가정팀을 꾸렸다. 말이 안 통해 은행·병원에 가서 애를 먹고 음식 못한다고 타박받는 모습이 안타까워서였다.
처음 20명이 대구·경북 지역 결혼 이주여성들을 찾아다니며 뒷바라지했다. 장보기·음식 만들기부터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하나하나 가르쳤다. 얼마 뒤엔 아예 ‘한국 엄마 맺어주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집간 딸 돌보듯 하자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베트남 출신 레탓너이(한국명 이지영·32)는 “나물무침부터 된장찌개까지 한국 엄마에게 하나하나 배웠다”고 했다. 그의 한국 엄마인 김수연(56)씨는 “그저 잘 살아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 단장 자신도 19일 집들이를 한 팜의 결연 엄마다. 지금까지 연결된 한국 친정엄마와 다문화 딸이 60여 쌍에 이른다.
다문화 딸의 아이들을 친손주 돌보듯 하는 한국 친정엄마도 적지 않다. 옷과 학용품을 사주려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까지 마다 않는다고 신 단장은 전했다. 때론 힘든 일도 겪는다. 어쩌다 돌보던 이주여성이 집을 나가면 남편이나 시부모들이 “당신이 빼돌린 것 아니냐”며 항의하고 심지어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친정엄마들은 묵묵히 또 다른 딸을 찾아 돌본다. 그 모습은 대물림됐다. 팜처럼 한국 친정엄마를 가진 다문화 며느리 20여 명이 이제 또 다른 친정엄마가 돼 새내기 이주여성을 돕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