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이날 오전 팔라우 남쪽 페릴류 섬 최남단에 있는 서태평양 전몰자비를 찾았다. 일본 정부가 1985년에 세운 일본군 추모비다. 페릴류 섬은 1944년 9월 일본 주둔군과 섬을 탈환하기 위해 상륙한 미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일본군 1만명, 미군 1700명이 전사했다. 일왕 부부는 팔라우 전투에서 살아남은 옛 일본군 병사와 희생자 유족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헌화대에 일본에서 가져온 흰 국화를 올렸다. 깊게 머리를 숙이며 전사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또 페릴류 섬과 마찬가지로 많은 희생자가 나온 약 10㎞ 떨어진 앙가우르 섬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종전 70년 전몰자비·위령비 추모
과거사 부정하는 아베 견제 메시지
아키히토 일왕의 역사 인식 발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2012년 12월 이후 두드러진다. 일왕은 2013년 12월 팔순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며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또 올해 1월 1일 신년 소감에선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를 부정하려는 아베 총리를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도쿄=이정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