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검지에 굳은살이 튀어 나왔고, 검은 잉크 자국이 점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40년간 연필과 볼펜으로 신문 활자를 지우고 또 지운 최병소(72)의 손은 그랬습니다. 75년부터 시작한 그의 신문 지우기 작업을 ‘저항’으로들 읽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껏 이어지는 그의 지우기 작업은 무엇일까요. 그 ‘부질없는 허업’의 이유를 묻자 작가는 “그게 바로 나다.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이제 신문 지우기는 나를 지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우환(79)의 감상은 이렇습니다. “70년대 나는 최형의 작품을 보고 가슴이 쓰리고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군정 특유의 통제하에 모든 것이 얼어붙고 추상화된 시대에 저항은 끈질기게 No!를 제시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대단한 것은 그 시대의 공기가 사라진 지금 한국은 물론 때때로 일본이나 유럽에서 최형의 작품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릿한 감명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2012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최병소 회고전 때 보내 온 축하편지 중에서)
◇최병소 개인전= 서울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4월 26일까지. 무료. 02-541-5701.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