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부터 계산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계산을 목적으로 하는 단원에선 당연히 계산기를 쓰면 안되겠지만 단원의 목적이 활용일 경우 계산하다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을 놓칠 수 있으니 도구를 쓰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원기둥의 부피를 구할 경우 원주율을 곱하는 계산을 하다 시간이 흘러가버릴 수 있다. 계산 시간은 줄이되 원주율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배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그러나 학교 수학시험이나 수능에서 계산기를 허용하는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계산기 사용에 찬성하는 이들은 외국에서도 이미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시험에서도 쓰고 있는 만큼 개념과 원리 학습을 위해 단순 계산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모(17)군은 “캐나다에서 유학했는데 사칙연산도 계산기로 하더라. 계산기를 쓰던 안 쓰던 주어진 문제만 풀면 됐다”고 전했다. 대학생 최모(21)씨는 “대학 가면 어차피 계산기로 하기 때문에 연산보다 왜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했다. 고교생 박모(18)군은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에겐 계산기 도입이 득이 될 것 같다. 식을 세운 후 계산하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데 무의미한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줄고 수능 등이 그대로일 경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한 고교 수학 교사는 “계산기를 쓰다 수능 등에서 연산을 틀려 손해를 볼 수 있는데 누가 계산기를 쓰겠느냐. 학교 시험과 수능 문제를 그대로 두고 계산기 허용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35)씨는 “가뜩이나 스마트폰 때문에 애들이 핸드폰에서 눈의 떼지 않는데 수학시간에 계산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게 하면 수학 기초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생 신모(20)씨는 “대학 때 처음 공학계산기를 써보니 편했는데 암산 능력이나 계산 속도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계산 후 확인하는 건 좋지만 부작용이 있더라”고 했다. 한 주부는 “초등학생 스토리텔링 수학 문제를 읽어보면 식은 간단한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계산기보다 한자 공부를 시키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수학포기자’를 막는 대안으로 계산기 사용은 해법이 아니고 진도 빼기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을 바꾸고 시험 성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한 고2 학생은 “계산기 사용이 도움이 되려면 수학 수업이 공식에 숫자만 대입해 풀어내는 게 아니라 공식을 유도하고 증명하는 위주로 바뀌어야 하고 시험도 증명이나 서술형으로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캐나다 유학생 출신 대학생도 “고1부터 현지에선 공학계산기를 쓰게 하는데, 공식을 외워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공식을 활용해 문제를 푸는 법을 수업에서 가르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수학 교육에선 계산기 사용보다 문제 출제 유형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중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둔 박모(45)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수학을 어려워하지 않았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난관에 빠졌다. 계산이 어려운 게 아니라 수학 문제 자체가 너무 뜻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리를 이해시키지도 않고 무작정 공식만 가르치고 진도를 빨리 나가니 애들이 못 따라가 수포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수능 등으로 계산기 허용을 확대할 경우 수험생들에게 모두 같은 계산기를 지급하지 못하면 유불리가 갈릴 수 있고 컨닝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2011년 수학 시험에 계산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한 바 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