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에 '갑질'이라는 게 있이다. 이전에도 갑과 을이란 말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힘있는 이들의 권한 남용사건 이후 갑의 행위를 '갑질'이라고 부르며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와 같은 어휘는 계층간 갈등을 조장한다. 뿐더러 사회주의 식으로 사회를 무조건 계급적으로 규정하고 계급투쟁을 장려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누구나 갑이 되고 싶어하고 을의 입장을 한탄한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건강한 심리도 아니다.
모두가 '갑' 되려하면 문제 안풀려
수퍼 갑인 하나님도 때론 을의 자세
죄 많은 우리 구하려 참고 기다려
하나님은 수퍼갑이다. 그건 피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다. 하나님을 부인하려는 사람들 중엔 하나님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님 밑에서 을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도 있다. 하나님 같은 전능한 존재를 믿어본 적 없는 사람은 겸손을 배울 기회가 없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도 하나님 앞에서는 절대 을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리하거나 억울한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었으면서도 하나님께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 영광을 얻으셨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을 하나님은 높이신다. 그건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하나님이 항상 수퍼 갑질을 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죄 많은 인류에 대해 오래 참고 기다리신다. 인간의 완악함에 대해 누가 가슴 아파하는가. 바로 하나님 자신이다. 기독교가 가르치는 것이 그것이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의 대상 앞에서 을이 돼 버린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을의 입장을 감수하신다. 자기 멋대로 사는 인간이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갑질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인간을 참으시는 이유는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늘 갑의 인생을 살려고 하는 사람은 인생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상엔 내 맘대로 안 되는 일과 내 맘대로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낮아질 때 갑질로는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진리는 굳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