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융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이며 금융혁신 방안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행사 내용을 들여다 보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전형적인 ‘관제 행사’ 냄새마저 짙게 풍긴다. 세미나의 발단은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 발언이었다. 그는 “금융인들과 세미나를 열고 ‘브레인스토밍’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언급이 있고 나서 20일도 안 돼 이런 초대형 세미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게다가 행사 순서를 봐도 ‘자유토론으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일’을 뜻하는 ‘브레인스토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비싼 기회비용을 치를 금융권 수장들을 기다리는 건 일방주입식 교육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세미나는 금융권 이슈에 대한 강연과 우수 사례 발표, ‘금융개혁 실천결의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결의문에는 ‘창조경제’ ‘규제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개혁사항 이 대거 담긴다. 자유토론은 고사하고 업계 입장 한 마디도 내뱉기 힘든 구조다. “세미나요? 진군대회 같은데요.” A씨의 촌평은 업계 시각의 일단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수시로 강조해온 ‘창조금융’이 이런 거라면 결과가 어떨지 짐작하는 건 금융전문가가 아니어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
박진석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