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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자면 상업적 사진을 찍으면서 인문학적 디테일이나 예술성을 추구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렇게 했다간 광고주나 톱모델로부터 어김없이 “지금 예술 하세요? 선수끼리 왜 이러세요?”라는 비난 섞인 질책이 돌아왔다. 내가 경험한 상업사진 세계에서 상상력과 예술성의 구현은 사족이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인문학과 통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진 촬영 현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얘기였다.
사진의 공적 가치 일깨운 ‘LOUD’
LOUD가 다루는 일상의 문제들이 나의 앵글을 통해 어떻게 발제되고 공유될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나의 이런 고민을 한 지인이 “낮은 곳으로 가는 일”이라고 정리해 주었다. 여기에서 낮은 곳이란 높고 낮음이 아닌 깊이와 내면, 그리고 이제까지 양보해왔던 디테일의 회복을 의미할 것이다. 낮은 곳에서의 도덕 놀이가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불러오기 바란다. 내가 조금이나마 그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나는 계속 셔터를 누르련다.
강영호 중앙SUNDAY 포토콜라보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