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만성신장병 환자가 코로나에 더 취약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오국환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오국환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만성신장병이란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인해 3개월 이상 지속해서 신장 기능이 감소한 상태이다. 우리나라에는 12만명이 신장 기능이 거의 없이 투석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성인 인구의 10~13%가 다양한 중증도의 만성신장병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은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건강에 막대한 위협 요인이 되었다. 보건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보호장구 착용, 개인위생 준칙 등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만성질환자들 스스로가 사회적·신체적으로 과도하게 위축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거리두기와 개인적인 행동 제한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이 꼭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의 신체적인 활동을 대폭 감소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또한, 비대면 사회에서 몇 번의 배달 앱 클릭으로 손쉽게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게 됨으로써, 소금과 식품 첨가물이 많은 가공 음식 섭취량이 늘어난 것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 만성신장병 환자들은 비만·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시대에서도 적절한 신체 활동을 유지하고 손쉬운 배달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게 신장병 조절에 필수적이다.

만성신장병 환자는 신장병의 중증도가 심해질수록 바이러스 침입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면역 기능이 약화한다. 대한신장학회가 국내 혈액투석 환자에게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1월까지 380명의 혈액투석 환자가 코로나19로 진단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원한 혈액투석 환자 가운데 22%가 사망했으며, 이는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고령의 투석 환자일수록 사망률은 높았다. 이처럼 만성신장병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화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해 적절한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만성신장병 환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부작용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더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신장이식 환자의 경우,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률이 다소 낮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력 확보 외에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과 개인 보호장구 착용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성신장병 환자들은 예방접종과 개인 방역 규칙을 준수하면서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코로나19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지름길이다.

오국환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