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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전기 부도 파장 심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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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TV용 컬러브라운관·컴퓨터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구미 오리온전기(주)의 부도로 구미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협력업체 등 거래업체가 2백28곳에 달해 부도 사태가 지역 경제에 갈수록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특히 경기 침체 국면속에 나타난 대형 부도 사태여서 다른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도 및 파장=구미공단의 오리온전기는 지난달 30일 만기가 도래한 약속어음 66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이에 앞서 29일에는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 구미지점에 돌아온 당좌수표 56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이달 초순까지 돌아올 어음·당좌수표 등의 결제액이 수백억원으로 알려져 부도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 측은 “5월이 영업상 비수기인 데다 이라크 전쟁,사스(SARS)가 겹쳐 판매가 부진했고,화물연대 의 운송거부로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경영난이 심화됐다”고 부도 이유를 밝혔다.

부도가 나자 회사 측은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협력업체도 이번주부터 휴업을 고려하는 등 관련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오리온전기는 사원 2천2백여명에 37개 협력업체 등 거래업체가 모두 2백28개에 이르는 중견업체다.이들 업체 모두가 구미공단과 칠곡군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 대한 충격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미시는 31일 시청에서 회사와 구미상공회의소·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오리온전기의 회생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오리온전기의 부도 여파가 너무 크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구미시와 구미경실련 등은 오리온전기의 회생을 위한 시민 서명 등 회사 살리기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회사 측도 이번주 중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하고,원자재가 확보되는대로 조업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망=회사가 1999년 이후 계속 적자를 내 회생 가능성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지난해 적자액은 5천3백90여억원이었다.대규모 인원 감축과 급여 삭감 등 뼈를 깍는 자구노력이 필요하지만 노조 측이 동의할 지도 미지수다.

오리온전기는 지난해 인원 감축 등을 둘러싸고 노조가 두달간 파업을 하는 등 심각한 분규를 겪었다.

지역 경제계는 “회사 회생을 위한 경영진의 노력과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시민 여론 등이 회사 살리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전기는=1965년 서울에서 창립돼 73년 본사와 공장을 구미공단으로 옮겼다.69년 국내 처음으로 흑백TV 브라운관을 생산해 주목을 받았다.<연혁>이후 한 때 사원이 5천여명에 육박,구미공단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83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으나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경영난을 겪다 99년 8월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됐다.이후 매년 적자폭이 커지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홍권삼 기자

*** 오리온 전기 연혁

▶1965.6=오리온전기공업사 설립(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 69.7=국내 첫 TV브라운관 공장 완공(금성사 등 독점 납품)
▶ 71.6=공업진흥청 브라운관 전문개발업체 지정
▶ 72.4=구미공단 브라운관 공장 착공
▶ 73.4=구미공장 가동,본사 이전
▶ 74.3=주식 상장
▶ 80.8=컬러브라운관 생산
▶ 83.3=대우그룹 계열사 편입
▶ 93.10=세계 최초 멀티스크린용 1백인치 컬러PDP개발
▶ 99.8=워크아웃 대상 기업
▶2003.3=84인치 멀티PDP개발
▶ 5=최종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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